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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인사말

'차이들의 호혜적 관계’를
이끌어갈 수 있는
화쟁인문학과 화쟁학의 길 열기

화쟁과 통섭에 관한 원효의 통찰은 이 길에 눈뜬 경이로운 선구적 안목입니다.

대학 시절 만난 원효의 『대승기신론소·별기』는 인생의 갈림길이었습니다. 전공을 철학으로 바꿔 대학원에 진학한 후에는 원효전서를 건성으로나마 원전으로 일람했습니다. 한국연구재단 토대연구사업(2015-2020)으로 완수한 원효전서의 해석학적 번역작업으로 그때 품게 된 학문적 과업 하나를 해결하였습니다.

원효와 대화하는 동시에 빠져들었던 선종 선문, 니까야/아함을 통한 붓다와의 대화, 동서양 철학적 통찰들과의 대화가, 개인적으로는 언제부턴가 새로운 변곡점을 지나고 있습니다. 원효와의 대화가 속 깊어지면서 발생한 현상입니다. 니까야/아함, 선종 선문과 전통교학의 언어를 읽는 시선과 대화 내용이 새로운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불교, 철학, 인문의 길에서, 붓다·원효·선문에 기대어 새로운 길로 접어드는 변화입니다. 선현들에 의해 이미 세워진 이정표였지만 학인들의 눈에 잡히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차이들의 호혜적 관계’를 이끌어갈 수 있는 화쟁인문학 및 화쟁학의 길이 그것입니다. 화쟁和諍과 통섭通攝에 관한 원효의 통찰은 이 길에 눈뜬 경이로운 선구적 안목입니다.

점점 뚜렷하게 보이는 이 길에서, 철학은 물론 크게는 인간학과 인문학의 범주에서 기존 탐구들의 의미를 새롭게 다루고 보고자 합니다. 근원적이고 보편적인 타당성과 호소력을 지닌 현재적 자생철학·인문학의 수립 전망도 설레게 합니다. 울산대학교에 재직하면서 건립한 원효학토대연구소는 이 새로운 전망의 토대를 다지기 위함이었습니다. 울산대 정년 퇴임을 계기로 이제 새로운 출발을 하고자 합니다. 원효학토대연구소의 성과를 토대로 화쟁인문학·화쟁학을 수립하는 여정에 오르고자 영산대학교에서 화쟁연구소를 출범시킵니다.

원효학토대연구소가 있던 울산대학교는 문수산 자락에 있습니다. 문수산은 원효가 사미 시절에 왕래하면서 가르침을 받았던 스승 낭지 화상이 거주하였던 곳입니다. 원효의 학습기 인연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화쟁연구소가 둥지를 튼 영산대학교는 문수산 인근 천성산 자락에 있습니다. 천성산은 중국에서 건너와 원효를 스승으로 삼았던 천 명의 구도자들이 머물면서 원효의 가르침 아래 모두 성인의 경지에 올랐다는 영산입니다. 원효가 원숙해진 내공을 펼쳤던 활동기 인연처입니다. 문수산 자락의 원효학토대연구소가 천성산 자락의 화쟁연구소로 새롭게 출범하는 것은 흥미롭게도 원효 삶의 행적과도 상응합니다. 그가 내공의 기초를 다졌던 곳에서 원효학토대연구소가 원효학의 토대를 다졌고, 원효가 외공을 펼쳤던 곳에서 원효학의 꽃이자 결실인 화쟁인문학·화쟁학 수립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영산대학교 화쟁연구소 소장 박태원